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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명 중 1명, 여전히 손을 씻지 않는다”…공중화장실에서 드러난 씁쓸한 현실과 우리 사회의 위생 습관

by jeongwonn1 2025. 10. 16.

짙은 냄새 속, 아무도 모르게 지나친 순간

짙은 소독약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서울의 한 지하철역 공중화장실. 오전 8시, 출근길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히 오간다. 변기 물 내리는 소리, 종이 타월 뜯는 소리가 뒤섞인다. 그런데 누군가는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간다. 손은 그대로였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5년 감염병 예방행태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남녀 4893명 중 15.9%가 용변 후 손을 씻지 않는다고 했다. 6명 중 1명. 숫자보다 더 무서운 건 그 익숙한 무관심이다.
조사원들이 한 달간 공중화장실을 관찰하며 실제 행동을 기록한 결과다. 관찰이란 단어 속엔 사람의 ‘습관’이 담겼다. 그 습관은 생각보다 깊었다. 특히 남성의 미실천율은 21.4%, 여성은 10.6%로 두 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한 조사 관계자는 조용히 말했다. “생각보다 손을 안 씻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급하거나, 혼잡할 때는 더 그렇더군요.” 그 말엔 묘한 한숨이 섞여 있었다.
사람들은 늘 알고 있다. 손 씻기가 감염병 예방의 첫걸음이라는 걸. 하지만 그 간단한 ‘1분’이,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어쩌면 너무 익숙해서일까. 그날 화장실을 나서던 사람들의 뒷모습이, 유난히 무거워 보였다.

그들이 손을 씻지 않는 이유, 그리고 사회가 놓친 질문

이번 조사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었다. 2025년 6월 10일부터 7월 10일까지, 전국 공중화장실을 직접 방문해 이용자의 실제 행동을 기록한 관찰 기반 조사였다. 손 씻기 실천율은 전체 84.1%. 하지만 남성 5명 중 1명은 여전히 손을 씻지 않았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매년 인식 조사에서는 대부분이 ‘나는 손을 잘 씻는다’고 답하지만, 실제 행동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손을 씻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바쁘다는 핑계, 비누가 없다는 이유, 물이 차갑다는 사소한 불편함까지. 그러나 본질은 하나다. ‘위생’이 삶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감염병 유행 때만 손을 씻는다면, 그건 이미 늦은 겁니다.” 한 감염내과 전문의의 말이다.
그 순간 기자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왜, 익숙한 행동조차 지키지 못하는 걸까?”
사실 코로나19 시절엔 누구나 손 소독제를 들고 다녔다. 문 손잡이를 잡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위험이 사라지자, 사람들의 습관도 서서히 무너졌다. “괜찮겠지.” “잠깐인데.” 그 말들 속에 방심이 자랐다.
공중화장실 안에서 관찰된 손 씻기 실천율은, 결국 우리 사회의 ‘생활 의식’을 비추는 거울이다. 손을 씻지 않는 15.9%의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을 둘러싼 사회, 그리고 방관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바람이 차가워지기 시작하는 계절. 그 속에서 묻고 싶다. 이 작은 행동 하나가, 우리의 건강을 얼마나 바꾸는 걸까?

결국 습관이 남긴 흔적, 그리고 손끝의 책임

결국, 손을 씻는다는 건 단순한 위생이 아니다. 그것은 타인을 배려하는 사회적 행동이다.
감염병이 다시 고개를 들 때마다 질병관리청은 ‘손 씻기’를 강조한다. 올해도 ‘세계 손 씻기의 날’을 맞아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자”는 캠페인을 이어갔다. 그러나 사람들의 반응은 예전만 못하다.
“이제는 코로나도 끝났는데 굳이?”라는 말이 쉽게 나온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사라지지 않았다. 독감, 식중독, 장염, 눈병은 여전히 사람들의 일상 속에 숨어 있다.
한 위생교육 전문가는 말했다. “손 씻기는 백신보다 싸고, 약보다 확실합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그걸 잊는다는 거죠.”
손을 씻지 않은 채 문 손잡이를 잡는 순간, 또 다른 누군가의 손에 전염의 고리가 이어진다. 그 연결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회 전체로 퍼진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춰 섰다.
손 씻는 일은, 너무나 당연해서 잊기 쉬운 ‘책임’이었다.
우리가 손을 씻는 건 나를 위한 일이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내일’을 지키는 행동이기도 하다.
그래서 결국 이렇게 말하고 싶다.
“손끝 하나에도 사회가 있다.”
그날의 물방울은 금세 마르지만, 그 습관의 울림은 오래 남는다.
그리고 오늘도, 누군가는 그 작은 행동 하나로 세상을 조금 더 깨끗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