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밤, 붉은 신호 위에 스민 떨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목요일 밤의 공기는 여전히 따뜻했지만, 그날만큼은 어딘가 싸늘했다. 오후 9시 40분경, 사람들의 발소리가 교차로를 가득 채우던 그 순간, 한 줄기 헤드라이트가 어둠을 가르며 쏟아졌다. “쾅!”
유리 깨지는 소리, 짧은 비명, 그리고 정적. 모두가 멈췄다.
운전자는 30대 남성 A씨였다. 붉은 얼굴, 흐릿한 눈동자, 입가에는 술 냄새가 가득했다. 경찰이 다가가자 그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갑자기 튀어나왔어요, 진짜로…” 하지만 블랙박스 영상에는 시속 80km로 붉은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그 짧은 순간, 두 명의 보행자가 튕겨 나갔다. 한 명은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길 위에는 깨진 안경, 신발 한 짝, 그리고 흩어진 장바구니가 남았다.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았고, 누군가의 울음이 바람에 섞였다. “저 사람 매일 보던 분이에요. 조용히 걷던 분이었는데…” 근처 카페 직원은 떨리는 손으로 입을 가렸다. 강남의 화려한 불빛은 여전히 반짝였지만, 그날의 공기는 유난히 차가웠다. 도시의 밤은 그대로였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멈춰 있었다. 강남 음주운전, 그 단어가 이렇게 또 한 번 무게를 얹었다.

음주운전의 핸들, 되풀이된 죄의 속도
사고 다음 날, 교차로엔 하얀 국화가 놓였다. 누군가 초를 켜고, 누군가는 편지를 두었다. “당신의 마지막 걸음, 우리가 기억할게요.” 글씨는 젖어 있었지만 마음은 선명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술자리를 마친 뒤 동승자 B씨와 함께 차를 몰았다. “술 좀 마셨다”는 그의 말은 변명이 될 수 없었다. 동승자 B씨는 “괜찮겠지 싶었다”며 고개를 떨궜다. 하지만 그 괜찮다는 한마디가 한 생명을 앗아갔다. 경찰은 두 사람을 각각 음주운전과 방조 혐의로 체포했다.
현장을 지켜본 목격자는 말했다. “브레이크 소리도 없었어요. 그냥 쏜살같이 달려들었어요.” 그의 눈동자엔 여전히 충격이 남아 있었다.
도시는 분노했다. SNS에는 “음주운전은 살인이다” “왜 아직도 이런 일이 반복되냐”는 글이 이어졌다. 짧은 문장들이 도로 위에서 피처럼 번졌다.
그날 밤 내리던 가을비는 유리 파편을 적셨고, 경찰차의 붉은 불빛이 도로 위를 물들였다. 사람들은 묵묵히 서 있었고, 누군가는 손을 모았다. “다신 이런 일 없었으면 좋겠어요.” 모르는 이의 목소리가 낮게 떨렸다.
잠시 후, 경찰차 문이 닫히며 금속음이 울렸다. “A씨, 이쪽으로.” 단호한 목소리가 공기 중을 갈랐다. 사이렌이 울렸고, 붉은 불빛이 교차로를 감쌌다. 그 순간, 도시의 모든 소리가 멎은 듯했다.
놀라운 건, A씨가 과거에도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냈던 인물이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때 그는 사촌동생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 했다. 법원은 그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다. 사촌동생 B씨는 허위진술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때 제대로 처벌했더라면…” 한 시민은 짧게 말했다. 말끝엔 씁쓸함이 배어 있었다. 그 말이 바람에 섞여 교차로를 떠돌았다.
강남의 거리, 차가운 꽃과 남겨진 숨소리
결국, 이번 강남 음주운전 참사는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다. 인간의 선택이 낳은 참극이었다. 술 한 잔에 무너진 생명, 그리고 반복된 후회. “한 번쯤은 괜찮겠지”라는 말이 얼마나 잔인한지, 이제 모두가 안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멈추는 건 아니었다.
강남의 불빛은 여전히 화려했지만, 그 중심엔 공허가 있었다. 지나가는 시민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신호가 바뀔 때마다 그날 생각이 나요.” 그 말에 바람이 멈춘 듯했다.
시간은 흘러도 그 교차로엔 여전히 국화가 놓인다. 새벽마다 누군가 촛불을 켜고, 쪽지를 두고 간다. CCTV에는 검은 코트를 입은 여성이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장면이 찍혔다. “그녀는 피해자의 아내였습니다.” 경찰 관계자의 짧은 한마디가 기자의 노트에 적혔다.
결국, 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거울이다. 벌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 잊혀가는 분노, 그리고 반복되는 비극. 강남의 거리 위에 남은 건 차가운 바람뿐이었다.
진실은 언제나 느리게 온다. 그러나 그날의 침묵은 더 큰 울림이 되었다. 강남의 불빛은 여전히 반짝이지만, 그 교차로의 그림자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