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통보의 새벽
짙은 새벽빛 아래, 거가대교 위는 이상할 만큼 고요했다. 바다 위로 희미한 물안개가 피어올라 차창에 스며들었고, 차 안의 두 사람은 말을 잃었다. 경남 거제의 스물대여섯 청춘, A씨와 그의 연인 B씨. 평소에는 다정했던 연인이었지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던 그날, 모든 게 달라졌다.
“우리 이제 그만하자.”
짧고 단단한 문장이 공기를 갈랐다. 순간 차 안의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A씨의 시선은 공허했고, 손끝이 서서히 떨렸다. B씨는 의연하려 애썼지만, 그 떨림은 숨길 수 없었다. 차 안을 가득 메운 침묵. 그 속엔 이별의 냄새가, 차가운 바다의 소금기와 섞여 있었다.
바람이 차창을 때릴 때마다 차체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 흔들림은 마치 두 사람의 마음처럼 불안정했다. 잠시 후, 싸늘한 공기 속에서 작은 숨소리가 새어나왔다. 누군가는 울었고, 누군가는 분노로 입술을 깨물었다.
그날 새벽, 거가대교 위에서 세상이 조용히 무너지고 있었다.
거가대교 위의 비명
경남 거제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5일 오전 5시 50분경 거가대교 위에서 연인 B씨의 얼굴과 목을 흉기로 찔렀다. 범행은 치밀했다. 경찰은 “A씨가 미리 흉기를 준비해온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별 통보에 분노한 그는 감정의 제동을 잃었다.
“그 순간, 모든 게 멈춘 것 같았다.”
사건을 목격한 한 운전자는 그렇게 말했다. 정차된 차량, 그리고 새벽을 찢는 듯한 비명. 차창에 튄 피가 반사되어 하얀 조명이 번쩍였다. 도로 위의 정적은 몇 초 만에 깨졌다.
A씨는 흉기 공격 직후, B씨를 바다로 밀어 떨어뜨리려 했다.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 그는 극단적인 행동까지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발 살려주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바다 바람 속으로 사라졌지만, 다행히 지나가던 차량 운전자가 이를 보고 즉시 신고했다.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B씨는 피투성이 상태로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다. 목에는 깊은 상처가, 얼굴엔 공포가 얼어붙어 있었다.
조사 결과, A씨는 범행 직전 ‘이별하면 같이 끝내자’는 말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확인됐다. 휴대전화엔 “헤어지면 다 끝내겠다”는 메모가 남아 있었다.
수사관은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사람의 감정이 이렇게 폭발할 수 있다는 게, 매번 두렵습니다.”
그날 이후, 거가대교 위엔 여전히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그러나 누구도 차창을 오래 열어두지 않는다. 바다 바람 속엔 그날의 비명이 아직도 맴도는 듯하다.
이 모든 분노와 광기는, 정말 사랑의 끝에서 비롯된 것일까?

남겨진 공포와 질문
결국, 경찰은 사건 발생 열흘 만에 A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이별 통보에 화가 나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그 짧은 한 문장은 사람들의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었다.
누군가는 말한다. “사랑이 미움으로 변할 때, 가장 먼저 사라지는 건 인간다움이다.”
B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심리적 충격은 깊었다. 그녀는 병원에서 긴 치료를 받고 있다. 주변인들은 “밝고 온화했던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거제 시민들은 이 사건을 두고 분노와 안타까움을 함께 표현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이런 글이 올라왔다.
“누군가의 선택이 한 사람의 인생을 이렇게 짓밟을 수 있다는 게 너무 무섭습니다.”
“이건 사랑이 아니라 폭력이에요.”
그날 새벽의 공포는 단지 두 사람의 문제가 아니었다. 감정의 폭발, 통제되지 않은 분노는 언제든 우리 곁에 있다. 관계가 끝날 때 필요한 건 복수나 집착이 아니라 ‘멈춤’이다. 그러나 그 멈춤은 언제나 가장 어렵다.
나는 이 사건을 전하며 한동안 바다 사진을 바라봤다. 잔잔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언제든 폭풍이 일 수 있다는 걸 안다. 인간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결국, 사랑은 끝날 수 있다. 하지만 그 끝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그 사람의 마지막 얼굴을 결정한다.
그날의 새벽, 거가대교 위를 스친 바람은 아직도 싸늘하다.
그리고 그 침묵은, 오히려 더 큰 울림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