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건희 특검 교체 뒤, 어딘가 불안했던 공기
서울 서초동 늦가을 밤. 바람이 건물 사이를 스치며 서류를 흔들었다. 기자들의 셔터 소리도, 차가운 커피 향도 그날은 이상하게 무겁게 느껴졌다. 26일,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새로운 인사를 발표했다. 이름은 박노수, 그리고 김경호. 둘 다 판사 출신이다. 단단한 이력, 깔끔한 경력. 하지만 그날 현장에선 묘하게 다른 기류가 흘렀다.
사람들은 말없이 서로의 표정을 읽었다. 마치 무언가 알고 있다는 듯한 눈빛들. 누군가는 속삭였다. “그 사람 빠진 거, 다들 알고 있잖아요.”
특검 사무실 문이 열리고, 검은 코트를 입은 인물이 들어섰다. 박노수 특검보였다. 짧은 인사, 고개를 숙이는 기자들, 그리고 조용한 복도. 그가 지나간 자리엔 긴장만 남았다. 그날의 공기는 이상하리만큼 싸늘했다.
기자가 메모한 첫 문장은 이랬다. “오늘, 특검팀의 불빛은 이상하게 흔들렸다.”
김건희 수사팀, 한문혁의 그림자
균열의 시작은 이미 알려진 이름이었다. 한문혁 부장검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피해자와의 술자리. 짧은 기사 한 줄이었지만, 그 한 줄이 수사팀 전체를 뒤흔들었다.
“사건 관계자와 술을?” 누군가 물었고, 옆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이면 끝이지.”
그날 오후, 수사팀 복도는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서류를 넘기는 소리만 들렸다. 냄새는 커피와 잉크가 섞인 냄새였다. 사람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대신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제 분위기가 달라지겠구나.’
박노수 특검보는 첫 회의에서 짧게 말했다. “우리 안의 신뢰부터 다시 세워야 합니다.”
말이 끝나자,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의자 하나가 미세하게 삐걱거렸을 뿐이었다. 김경호 특검보는 그 말을 듣고 잠시 고개를 숙였다. 손가락으로 종이를 접었다 폈다. 그리고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신뢰는 한 번 깨지면, 복구가 아니라 재건입니다.”
그 말이 어딘가 오래 남았다.
며칠 후, 한문혁 부장검사는 조용히 검찰로 복귀했다. 공문 한 장이 메일로 돌았다. 그 문장을 읽던 한 조사관이 한참을 말없이 서 있었다.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그가 혼잣말처럼 내뱉었다.
그날 밤, 사무실엔 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 컴퓨터 화면 속엔 ‘도이치모터스 추가 조사’라는 글자가 계속 떠 있었다.
박노수 특검보는 기록을 보다가 잠시 펜을 내려놓았다.
“이 일은, 감정이 아니라 무게로 남습니다.”
그 말을 옆에서 듣던 후배 검사가 조심스레 물었다. “무게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진실은 늘 무겁지.”
결국 김건희 특검의 싸움은 신뢰였다
결국 이번 김건희 특검의 인사 교체는 단순한 ‘자리 바꿈’이 아니었다. 내부의 금이 간 신뢰를 다시 붙잡으려는 몸부림이었다. 밖에서는 정치라 하고, 안에서는 정의라 부르지만, 그 사이 어딘가엔 늘 사람의 불안이 있다.
민중기 특검은 짧게 말했다. “우리는 원칙을 지킵니다.”
그 말 한마디에 기자들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말 대신 노트북 자판을 두드렸다. ‘원칙이란 단어, 참 자주 쓰이지만 언제나 낯설다.’ 그렇게 적어 내려갔다.
거리의 시민들도 여전히 이 사건을 말한다. “이번엔 제대로 하겠지?” “그래도 특검인데…” “아니야, 또 흐지부지 될 거야.” 목소리는 제각각이지만, 그 안에 공통된 감정이 있다. 믿고 싶지만 믿기 힘든 마음.
한 법조계 인사가 말했다. “특검은 칼을 드는 순간, 자신도 그 칼끝에 선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그게 진짜 공정이에요.”
그 말이 오래 남았다. 기자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밤은 더 깊어졌다. 서초동 특검 사무실의 불빛이 유리창에 반사되어 번졌다. 창밖을 보던 기자 한 명이 말했다. “이 불빛이 꺼지는 순간, 수사도 끝나겠죠.”
옆자리에 있던 동료가 대답했다. “그래도 꺼지지 않길 바라야죠.”
잠시 정적이 흘렀다. 커피 향이 식어가고, 창밖의 불빛만 남았다.
누군가는 여전히 묻는다. “이번엔 진짜, 진실이 올까?”
그 물음에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대신 창밖으로 눈이 흩날렸다.
결국, 이번 김건희 특검은 사람의 이야기였다. 신뢰가 깨지고, 그 신뢰를 되찾으려는 사람들.
모두가 지쳤지만, 그래도 다시 시작하려는 마음 하나로 버티고 있었다.
진실은 아직 멀리 있다. 하지만 언젠가, 그 문을 두드릴 것이다.
그때까지, 이 싸늘한 불빛은 꺼지지 않으리라.
그날의 침묵은, 오히려 더 큰 울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