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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초등학교 살인사건, 교사 명재완 무기징역

by jeongwonn1 2025. 10. 21.

교문 앞 새벽, 멈춰버린 공기

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 않은 새벽이었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문 앞엔 차가운 바람만이 맴돌았다. 평소라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을 시간. 그러나 그날, 교문은 묘하게 고요했다.
경찰차의 파란 불빛이 차갑게 반짝였고, 교사와 학부모들은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누군가는 두 손을 모은 채 하늘을 바라봤다. 그곳에서, 1학년 김하늘(8) 양의 이름은 출석부가 아닌 뉴스 속에서 다시 불렸다.
“그날 아침, 다들 믿지 못했어요. 그냥 멍했어요.” 한 학부모의 말은 떨렸다. 교실 복도엔 꽃다발과 편지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하늘아, 잘 자.’, ‘보고 싶어.’ 삐뚤빼뚤한 글씨 아래엔 눈물 자국이 번져 있었다.
아이들의 그림엔 여전히 하늘이가 그려져 있었다. 노란 리본, 구름, 웃고 있는 얼굴. 그러나 그 웃음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없었다.
공기가 이상하게 무거웠다. 바람이 불었지만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누군가는 중얼거렸다. “그 교실에 아직 하늘이 있을 것 같아요.”
그날 이후, 학교의 공기는 달라졌다. 복도 끝까지 이어진 침묵 속에서, 사람들은 묵묵히 고개를 숙였다.


하늘이 남긴 이름과 짧은 생

사건은 너무 갑작스러웠다. 명재완(48) 씨는 자신이 근무하던 초등학교에서 김하늘 양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아이의 담임이 아닌, 같은 교사였다. ‘교육자’라는 이름 아래 있던 사람의 손에 8살의 생명이 사라졌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는 그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영리약취·유인 등)’을 적용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판사는 단호하게 말했다.
“살인은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가장 중대한 범죄입니다. 게다가 피고인은 교사로서, 학교 안에서 아이의 생명을 해쳤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 방청석은 조용해졌다. 피해자의 부모는 눈을 감았다. 한참 동안, 법정엔 아무 소리도 없었다.
“그가 아이를 데려갈 땐,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대요.” 사건을 기억하던 교사는 낮게 말했다. 같은 교단에 섰던 사람의 이름이 이제는 ‘살인 피고인’이 되어 있었다.
아이들의 책상 위엔 여전히 하늘이의 자리표가 붙어 있었다. 누군가는 그 자리에 과자를 올려놓고 갔다. 누군가는 편지를 두고 갔다. ‘하늘아, 나중에 다시 만나자.’
그 한 문장 속엔 아이들의 슬픔이, 어른들의 무력함이 모두 섞여 있었다.
사람들은 스스로를 탓했다. “우리가 너무 쉽게 믿었던 걸까?”
학교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교문 앞엔 ‘두려움’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무기징역 그 뒤, 남겨진 질문

결국 명재완에게 내려진 형은 무기징역이었다. 30년간 전자발찌를 부착하라는 명령도 함께였다. 판결문은 길지 않았지만, 그 한 문장 한 문장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 말이 사람들의 상처를 덮을 순 없었다. 학교는 여전히 불안했고, 부모들은 여전히 두려웠다. 아이들은 ‘선생님’을 다시 믿어야 할지 몰랐다.
재판이 끝난 뒤, 법원 앞엔 조용히 서 있던 시민들이 있었다. 그중 한 아주머니가 말했다. “무기징역이라도, 마음은 도저히 편해지지 않아요.”
사람들은 분노보다 허무함에 가까운 표정을 지었다. 한 생명이 사라졌고, 그 빈자리를 메울 단어는 없었다.
나는 그날의 교문을 떠올린다. 하늘이의 이름이 적힌 종이학이 바람에 흔들리던 모습. 그 순간, 시간은 멈춰 있었다.
법은 범죄를 처벌할 수 있지만, 아이의 웃음을 돌려줄 수는 없다.
결국, 이 사건이 던진 질문은 하나다.
“우리는 진짜 아이들을 지켜낼 수 있을까?”
그날 멈춰버린 교문 앞의 공기처럼, 우리의 마음도 아직 풀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차가운 새벽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