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스며든 빛
밤이 너무 길면, 새벽이 낯설어진다
불을 켜지 않아도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희미한 빛이 방 안을 덮는다
그건 아무 말도 없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다
사람도 빛과 닮은 구석이 있다
누군가는 강하게 비추고,
누군가는 아주 작게 흔들리지만
그 미세한 차이 하나로
공기가 달라진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따뜻한 시선 하나가
그날의 빛이 된다
빛은 생각보다 조용하다
타오르지 않아도 충분히 따뜻하다
불처럼 뜨겁지 않고,
햇살처럼 부드럽게 스며든다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그건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일 같다
나는 종종 새벽을 좋아한다
세상이 아직 깨어나지 않았을 때,
모든 게 잠잠한 그 시간
창문에 비친 희미한 빛을 보면
묘하게 위로가 된다
오늘 하루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든다
그건 누군가의 말보다,
수천 개의 조언보다
훨씬 확실한 위로다
빛은 늘 그 자리에 있다
보이지 않아도, 닿지 않아도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사람을 살게 한다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우리가 서로에게 그런 빛이 될 수 있다면
세상은 조금 덜 어두울지도 모르겠다
오늘 새벽의 빛은 유난히 부드럽다
잠들지 못한 눈동자를 감싸며
하루의 끝과 시작을 동시에 비춘다
그 속에서 나는
천천히 숨을 고르고,
아무 말 없이 마음을 덮는다
그게 내 방식의 인사 같다
“괜찮아, 오늘도 빛이 있으니까.”
어둠 사이를 걷는 빛
하루가 길다.
그 길 위엔 무수한 그림자가 있다.
사람들 틈을 지나면서도,
나는 자주 내 안의 어둠을 느낀다.
웃고 있는 얼굴 속에서도
어딘가 깊은 곳은 여전히 어둡다.
그럴 때마다 나는 눈을 감는다.
눈을 감으면 더 어두워질 것 같은데,
이상하게 그 안에서 작은 빛이 깜빡인다.
그건 아주 미세하지만 분명한 희망이다.
무너져가는 마음 한켠에 남은 불씨처럼,
조용히 나를 일으켜 세운다.
빛은 멀리 있지 않다.
누군가의 손끝,
따뜻한 말 한마디,
혹은 지나가는 바람 속에도 있다.
하지만 그걸 알아차리기 위해선
조용히 서야 한다.
세상이 시끄러울수록
작은 빛은 들리지 않는다.
나는 요즘 자주 혼자 걷는다.
바람이 부는 길 위에서
가로등 불빛이 바닥에 길게 드리워질 때,
그 빛을 밟으며 천천히 걸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진다.
누군가 내 옆을 걸어주는 기분이 든다.
아무 말 없이,
그냥 같은 길 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조금 덜 외로워진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어둠을 품고 산다.
하지만 그 안에도 빛은 있다.
때로는 아주 작아서 보이지 않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건 누군가의 기억일 수도 있고,
내가 놓지 못한 희망일 수도 있다.
어둠을 완전히 없애려 하지 말자.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그 속에서 작은 빛 하나라도 찾는 것,
그게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같다.
빛이 멀리 있으면,
내가 그쪽으로 조금씩 걸어가면 된다.
그 한 걸음이,
결국 오늘을 버티게 해준다.
나는 이제 안다.
빛은 어둠을 이기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방향을 잃지 않게 하려는 거라는 걸.
그래서 오늘도 걷는다.
조금은 느리게,
그러나 분명히.
내 안의 작은 빛을 따라,
어둠 사이를 지나간다.
남은 빛으로 살아간다
밤이 깊다.
창밖엔 불빛이 하나둘 꺼지고,
거리의 소리도 점점 잦아든다.
하지만 내 방 안엔 아직 작은 빛이 남아 있다.
탁자 위의 스탠드 불빛,
그리고 그 아래에서 조용히 앉아 있는 나.
예전엔 어둠이 두려웠다.
빛이 사라지면 세상도 함께 멈출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어둠 속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빛이 있다는 걸.
그건 외부의 불빛이 아니라
내 안에서 서서히 깜빡이는 무언가다.
빛은 언제나 누군가에게서 시작된다.
내가 받은 따뜻함,
내가 들었던 다정한 말,
그 모든 게 내 안에 남아 있다.
그래서 힘들 때면
그 기억들이 작은 불빛이 된다.
누군가 나에게 건네준 마음이
결국 나를 살아가게 만든다.
살다 보면 불이 꺼지는 순간이 온다.
아무리 애써도 어둡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잠시 멈춘다.
그게 부끄럽지도, 나쁜 일도 아니다.
멈춰야만 다시 볼 수 있는 빛이 있다.
숨을 고르고,
가슴속의 불씨를 손으로 감싼다.
조금만 기다리면,
그 불씨가 다시 따뜻해진다.
사람은 빛을 내는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서로를 비출 순 있다.
그게 관계의 힘이고,
사람이 사는 이유 같다.
누군가의 말,
누군가의 시선,
그런 것들이 또 다른 사람의 하루를 비춘다.
내가 받은 빛이 누군가에게 닿는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오늘도 나는 작은 불빛을 켠다.
세상을 다 밝히진 못하지만,
내 앞의 한 걸음은 비출 수 있다.
그 빛이 있기에
나는 다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불이 꺼지지 않게,
마음속으로 조용히 기도한다.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빛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모양을 바꾸며 남는 거라는 걸.
어쩌면 지금의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빛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의 마지막 숨을 내쉬며,
나는 조용히 다짐한다.
눈부시지 않아도 괜찮다고.
작고, 따뜻하게,
그저 남은 빛으로 살아가면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