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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 기억을 스치는 따뜻한 감각

by jeongwonn1 2025. 11. 8.

말보다 먼저 닿는 마음의 언어

오늘은 손이 유난히 차다.
컵을 잡아도 금세 식는다.
그래서인지 누군가의 손이 더 그리워진다.
말로 다 하지 못한 마음은
언제나 손끝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그 짧은 닿음 하나로
안부도, 위로도, 마음도 전해진다.

나는 예전부터 손을 자주 본다.
말보다 솔직하다고 생각해서.
거칠어진 손, 얇아진 손,
혹은 따뜻한 손바닥.
그 안에는 그 사람이 걸어온 하루가 담겨 있다.
아무 말 없이 손을 내밀어준 사람의 온기를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손끝은 거짓말을 못한다.
조심스러울 땐 느리게,
불안할 땐 떨리고,
진심일 땐 단단해진다.
그래서 손을 잡는 순간,
그 사람의 마음이 느껴진다.
그건 어떤 말보다 솔직한 언어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사람의 관계는 손끝으로 만들어진다고.
처음 인사할 때의 악수,
조심스레 건네는 위로의 터치,
그리고 마지막 인사에서의 놓음까지.
그 모든 게 손끝의 기억으로 남는다.

지금도 내 손에는
몇몇 사람의 온도가 남아 있다.
그들이 건넸던 따뜻함이
아직 희미하게 이어져 있다.
때로는 그 온기가 나를 버티게 한다.
말 없이도 이어지는 감정의 흔적,
그게 아마 손끝이 가진 힘일 것이다.

닿을 듯 닿지 않는 거리, 손끝의 기억

가끔 그런 순간이 있다.
손끝이 닿을 것 같은데,
그냥 그 자리에 멈춘다.
닿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한 걸음이 괜히 조심스러워서.
닿는 순간,
지금 이 공기마저 깨질 것 같을 때가 있다.

손끝은 마음을 숨기지 못한다.
불안하면 미세하게 떨리고,
그리우면 금세 따뜻해진다.
말로는 아무렇지 않게 해도,
그 작은 움직임 안에는
진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게 사람이다.
거칠고 불완전하지만,
그래서 더 진짜 같다.

가까이 있어도 멀게 느껴질 때가 있다.
같은 공간, 같은 공기인데
그 안의 온도는 다르다.
그럴 땐 괜히 말이 줄고,
눈을 마주치기도 어색하다.
그냥 서로의 숨소리만 들리는 순간,
그 조용함 속에 무언가 스며든다.

예전엔 그게 참 답답했다.
왜 한 걸음만 더 가면 닿을 수 있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웠을까.
지금은 조금 다르다.
그 거리에도 의미가 있다는 걸 안다.
닿지 않아도,
그 사이의 공기 속에서 전해지는 마음이 있다는 걸.
서로가 서로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거리,
그게 어쩌면 가장 사람다운 간격일지도 모른다.

가끔은 그 거리마저 고맙다.
너무 가까웠다면 몰랐을 감정들,
닿지 않았기 때문에 더 또렷해진 생각들.
그 사이에서 우리는 자란다.
조금씩 어른이 되고,
조금씩 단단해진다.

손끝에 닿지 않은 온기가
오히려 오래 남을 때가 있다.
스치지 않았는데도 따뜻한 기억으로 남는다.
그건 아마 마음이 이미 닿았기 때문일 거다.
눈으로 본 게 아니라,
감각으로 느낀 것들.
그건 시간이 흘러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오늘도 그 거리에서 멈췄다.
너무 다가가지도, 너무 멀어지지도 않게.
그 사이의 공기를 조용히 느끼며
한 번 더 숨을 고른다.
닿지 않아도 괜찮다.
그 안엔 여전히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이 머물고 있으니까.

손끝에 남은 온기, 다시 이어지는 마음

밤이 깊었다.
방 안은 조용하고, 공기는 차갑다.
그런데 손끝엔 아직 온기가 남아 있다.
누군가의 웃음,
짧은 인사,
스쳐간 순간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느낌이다.
이상하게 따뜻하다.

손끝은 기억을 오래 간직한다.
시간이 흘러도,
그때의 감촉이 문득 떠오른다.
잡았던 손의 온도,
등을 다독이던 부드러운 움직임,
그런 사소한 것들이 마음을 붙잡는다.
그 온기는 말보다 진하다.
잊었다고 생각한 감정들이
그 한순간에 다시 살아난다.

살다 보면 마음이 자주 식는다.
사람 때문에, 일 때문에,
그냥 이유 없이 피곤해질 때도 많다.
그럴 때면 손끝을 바라본다.
아무 일 없는 듯 보이지만
그 안에는 많은 흔적이 남아 있다.
사람을 만나고,
잡았다가 놓치고,
또다시 잡았던 기억들이.
그게 내 하루를 버티게 해준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내 손끝이 그런 온기로 남았으면 좋겠다.
잠깐이라도 따뜻했었다고,
그 한순간이 힘이 됐다고.
그런 기억 하나면,
이 긴 하루도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창문을 열었다.
바람이 들어오지만 춥지 않다.
공기 사이에 어딘가,
누군가의 온기가 아직 남아 있는 것 같다.
그게 위로처럼 느껴진다.
아마 세상은 그렇게
사람의 손끝에서 사람의 마음으로 이어지는지도 모른다.

오늘 하루도 그렇게 흘러간다.
닿았다가, 식었다가,
다시 따뜻해지며.
모든 게 잠시뿐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진짜였다.
그 온기를 잊지 않으려 한다.
다시 누군가의 마음을 잡을 수 있도록,
내 손끝을 천천히 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