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싸늘한 새벽, 한 장의 유서가 남긴 흔적
짙은 안개가 내려앉은 새벽, 양평 공흥지구 개발지 인근엔 이상한 정적이 감돌았다. 그날 새벽, 공무원 A씨가 자신의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특검 조사를 받은 지 불과 하루 뒤였다. 사람들은 “이럴 리가 없다”며 믿지 못했다. 그는 성실하고 조용한 사람이었다는 동료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건, 한 장의 유서였다. 그러나 그 유서조차 진실을 가리지 못한 채 새로운 의혹을 낳았다. 경찰은 유족에게 “촬영본만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하며 원본을 보여주지 않았다. 유족은 울분을 터뜨렸다. “왜 원본을 숨기느냐, 도대체 무엇을 감추고 싶은 거냐.” 그 말에 공기마저 싸늘해졌다. 사람들은 그날 이후, 이 죽음이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누군가의 압박에 의한 결과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② 특검의 부인, 변호인의 폭로, 그리고 질문 하나
며칠 뒤, 기자회견장 앞엔 A씨의 변호인이 섰다. 목소리는 떨렸지만 단호했다.
“제 의뢰인은 강압적 수사에 시달렸습니다. 허위 진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회의장은 술렁였다. 기자들의 셔터 소리가 연달아 터졌고, 사람들의 눈빛은 날카로워졌다.
특검팀은 곧장 반박했다. “강압 수사는 없었습니다. 모든 절차는 법에 따라 진행됐습니다.” 그러나 그 설명은 공허하게 들렸다. A씨의 휴대전화와 진술 조서, 조사 당시의 녹음 기록은 여전히 공개되지 않았다. 그 속에 어떤 대화가 있었는지는 누구도 모른다.
A씨가 특검 조사실에서 어떤 말을 들었는지, 어떤 시선 속에 앉아 있었는지, 그 침묵의 공기를 아는 사람은 없다. 한 관계자는 말했다.
“그는 조사 후 크게 흔들린 모습이었습니다. ‘이건 아니잖아요’라고 혼잣말을 했습니다.”
그 짧은 문장이 모든 걸 말해주는 듯했다.
이쯤에서 묻게 된다. 진실을 밝히겠다는 수사는, 언제부터 한 사람의 삶을 짓누르는 일이 되었을까?
③ 진실 공방의 끝,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의 밤
결국,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사회 전체의 거울이 되었다. 유족은 아직도 원본 유서를 받지 못한 채 매일 경찰서를 찾아가고 있다. “그가 정말 자발적으로 쓴 글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들의 목소리는 점점 쉼 없이 흔들린다.
경찰은 “처리에 미흡함이 있었다”며 유감을 표명했지만, 이미 신뢰는 무너졌다. 특검의 부인, 변호인의 주장, 경찰의 해명 — 그 모든 말 사이에는 차가운 틈이 있다. 사람들은 그 틈을 ‘진실’이라 부른다. 그러나 그 진실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생각했다. 누군가의 죽음이 누군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장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날의 새벽, 싸늘한 공기 속에 남은 것은 한 사람의 생이 아니라, 우리가 외면해온 시스템의 그림자였다.
결국, 진실은 시간이 지나도 스스로를 감추지 못한다.
그날의 침묵은, 아직도 우리 곁에서 천천히 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