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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 면장의 죽음이 남긴 침묵과 정치의 그림자

by jeongwonn1 2025. 10. 14.

 

국회 분향소 내부, 조문객들이 헌화하며 고개 숙이는 모습

① 새벽의 정적 속에서 멈춘 한 사람의 숨결

희미한 새벽빛이 양평군 공흥지구의 산자락을 스치던 날, 마을의 공기는 이상하리만큼 차가웠다. 50대 면장 A씨가 숨진 채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사람들은 믿기 어려운 표정으로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평소처럼 출근하셨다는데…” 누군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짧은 문장이 공기 중에 남아 오래도록 맴돌았다.

그는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으로 특검의 조사를 받은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그의 책상 위에는 미처 닫히지 않은 서류철과 함께 한 장의 유서가 남겨져 있었다고 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13일 실시한 부검 결과는 “타살 등 범죄 혐의점 없음.” 짧고 단호했다. 하지만 그 말이 슬픔을 덜어주는 건 아니었다.
조용한 읍사무소 앞에는 검은 양복 차림의 동료 공무원들이 줄을 서 있었고, 그들의 눈빛엔 피로와 허탈이 뒤섞여 있었다. 누군가는 담담히 “공직의 무게가 그를 짓눌렀던 건 아닐까” 하고 중얼거렸다. 그 말엔 묘한 떨림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이해하려 애썼지만, 정작 아무도 선뜻 말하지 못했다. 그날의 정적은, 오래된 겨울처럼 싸늘했다.


② 특검의 조사와 유서, 그리고 정치의 격랑

A씨가 받은 특검 조사는 김건희 여사와 연관된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중 하나였다.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쏠린 그날, 그는 평생 해왔던 공직자의 언어로 답을 반복했다고 한다. “저는 절차대로 했습니다.” 그 말은 이제 그의 마지막 증언이 되어버렸다.

특검 조사 이후 작성된 유서에는 어떤 단어들이 있었을까. 경찰은 유서 원본을 유족에게 열람하게 한 뒤 필적 감정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가 남긴 문장은 무겁고 조심스러웠습니다.” 수사 관계자의 짧은 말은 많은 것을 암시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가 ‘범죄 혐의 없음’으로 나왔음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마음속에서 의문을 지우지 못했다. 정말 그가 스스로 모든 것을 내려놓은 걸까?

한편, 국민의힘은 국회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추모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의 언어로 시작된 사건이 이제는 추모와 대립의 장으로 번지고 있다. 향 한쪽에서는 “그를 정치적 희생양으로 만들지 말라”고 외치고, 다른 한쪽에서는 “진상 규명을 끝까지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날 이후, 그의 이름은 단순한 개인의 죽음을 넘어, 거대한 정치의 파도 한가운데 놓였다.
이 모든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는 정말 무엇을 견디지 못했던 걸까?”


③ 남겨진 질문,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결국, 이번 사건은 한 사람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다.
김건희 여사의 개발 특혜 의혹이라는 정치적 프레임 속에서, 그의 죽음은 또 다른 논쟁의 불씨가 되었다. 특검 측은 “이번 일을 계기로 수사 절차와 방식을 재점검하겠다”며 관계자 인권 보호를 강조했지만, 그 말이 전해질 때마다 현장의 공기는 묘하게 무거워졌다.
공흥지구의 허허로운 부지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그곳에는 수많은 서류와 서명, 그리고 한 사람의 숨결이 남아 있다.

나는 그가 남긴 자리를 떠올린다. 비어 있는 의자 위로 햇빛 한 줄기가 비추고, 바람이 서류를 넘긴다.
그 장면은 어쩐지 ‘끝’이라기보다 ‘질문’처럼 느껴진다.
그의 죽음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권력 앞에서 인간의 존엄은 어디까지 지켜질 수 있는가,
진실은 과연 누가, 언제, 어떻게 말할 수 있는가.

아직 아무도 답하지 못한 그 질문이, 지금도 조용히 남아 있다.
그날의 침묵은, 오히려 더 큰 울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