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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욕조 방치 사건, 4개월 아기 중태 속 드러난 학대 의혹

by jeongwonn1 2025. 10. 24.

 

짙은 물안개처럼 드리운 오후, 욕실의 침묵

여수의 한 조용한 주택가, 창밖으로 잔잔한 물소리가 새어 나오던 낮 12시 30분. 그날의 공기는 이상하리만큼 정적이었다. 생후 4개월 된 아이는 욕조 안에 홀로 남겨져 있었다. 욕조에는 따뜻한 물이 천천히 차오르고 있었고, 아이의 울음은 아무도 듣지 못한 채 공기 속으로 묻혔다.
그 순간, 집 안에는 엄마 A씨뿐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그녀는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아이가 물에 빠진 것을 뒤늦게 발견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구조 요청은 이미 늦었다. 119 구급대가 도착했을 때 아이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병원으로 옮겨진 뒤에도 깨어나지 못했다.
의료진은 “단순한 사고로 보기 어렵다”는 말을 남겼다. 아이의 몸 곳곳에서 발견된 멍 자국이 그 말을 대신했다. 여수경찰서는 아동학대중상해 혐의로 A씨를 긴급체포했다. 사건 직후, 경찰서 복도에는 묘한 공기가 흘렀다. 기자들의 질문에 A씨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한 경찰 관계자는 “모든 걸 숨기려는 듯한 침묵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웃들은 아이의 울음소리를 몇 번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집의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그냥 힘든 줄만 알았지, 이런 일은 생각도 못 했어요.” 한 이웃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날의 정적은, 이제 여수 전역으로 번지고 있었다.


“그건 사고가 아니었어요” 의심과 침묵 사이

사건이 알려진 다음 날, 경찰은 다시 현장을 찾았다. 욕조에는 아직 물이 반쯤 남아 있었다. 한 형사는 말했다. “이건 단순 부주의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A씨는 계속 “그저 잠깐 자리를 비웠을 뿐”이라 주장했지만, 증거들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기의 몸에서 발견된 멍 자국은 최소 두세 차례의 타박 흔적이었다. 의료진은 “시간차가 있는 멍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는 학대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부분이었다. 경찰은 학대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함께 조사를 확대했다.
“욕조에 물을 틀어놓고 나간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요?” 한 수사관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그 말 속엔 분노와 안타까움이 섞여 있었다.
이웃들은 A씨가 최근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전했다. 남편은 장기 출장 중이었고, 주변의 도움은 없었다. 복지담당자는 “양육의 고립이 가장 위험한 순간을 만든다”고 말했다.
한편 SNS에서는 ‘육아우울증과 방임의 경계’에 대한 논의가 퍼지고 있다. “그녀를 비난하기 전에, 도와줄 손이 있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등장했다.
그러나 여전히 가장 중요한 질문은 남는다.
정말, 그날의 욕실에서 일어난 일은 단순한 실수였을까?


남겨진 상처, 그리고 사회의 시선

결국 이 사건은 한 가정의 비극을 넘어 우리 사회의 거울이 되었다. 고립된 부모, 무관심한 이웃, 무너진 지원망 속에서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고통을 겪었다.
경찰은 여전히 사고 경위와 학대 여부를 수사 중이다. 아이는 병원 중환자실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의료진은 “회복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이웃들은 여전히 말을 아낀다. 집 앞에는 경찰차가 머물고, 마당 한켠에는 젖은 장난감 하나가 외롭게 놓여 있다. 한 주민은 조용히 말했다. “아직도 그 집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이 사건은 단순히 한 어머니의 잘못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가 방조자가 아니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아이를 지켜야 하는 사회의 책임은 어디서 멈췄던 걸까.
나는 그날의 욕조 속 고요를 잊을 수 없다. 물이 멈춘 자리엔 차가운 침묵만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침묵은, 아직도 여수의 바람 속에 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