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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차세대 알레르기 치료제의 도전 — ‘레시게르셉트’ 임상 2상 승인으로 본 희망과 과제

by jeongwonn1 2025. 10. 16.

새벽의 실험실, 조용히 켜진 빛

짙은 새벽 공기 속, 유한양행 연구소의 불빛은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 유리창 너머로 희미한 형광등이 반짝이고, 실험대 위엔 하얀 시험관들이 줄지어 서 있다. 한 연구원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모니터 속 수치를 다시 확인했다. “이 숫자가 결국 사람들의 삶을 바꾸게 될지도 몰라요.” 그는 조용히 말했다.
그날, 유한양행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알레르기 치료제 ‘레시게르셉트(H35324)’ 임상 2상 승인 소식을 전했다. 누군가는 평범한 제약 뉴스로 받아들일지 모른다. 그러나 만성 두드러기와 알레르기 질환으로 고통받아온 사람들에겐, 이 소식은 아주 작은 빛이었다. 사람들은 조용히 숨을 고르며 그날의 의미를 되새겼다.

레시게르셉트, ‘면역의 열쇠’를 쥐다

레시게르셉트는 항면역글로불린 E(IgE) 계열 Fc 융합단백질 신약이다. 이 약은 혈중의 유리 IgE와 IgE 수용체 알파 단백질(FcεRIα) 자가항체에 이중으로 결합하여 알레르기 반응을 차단하는 독특한 메커니즘을 갖는다. 쉽게 말해, 면역체계가 잘못된 경보를 울리지 않도록 ‘잠시 멈춰 세우는’ 것이다.
이번 임상 2상은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와 유럽 등 다국가 150명의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 환자를 대상으로 12주간 진행된다. 앞서 유한양행은 3건의 임상 1상 시험을 마쳤고, 인체 내 안전성과 약동학적 특성을 입증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레시게르셉트는 단순한 항체가 아니라, 면역 반응을 다층적으로 조절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입니다. 우리는 오랜 시간 기다려온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그 말에는 긴 세월 쌓인 연구진의 피로와 자부심이 동시에 묻어 있었다.
하지만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이 모든 노력은 결국 누구를 위한 것일까?
알레르기 질환으로 인해 수면을 잃고, 일상을 포기해야 했던 수많은 사람들. 그들에게 이 신약은 단순한 ‘약’이 아니라, 잃어버린 일상의 회복일지도 모른다.

그 뒤로 연구진은 각국 의료기관과 협력하며 데이터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현장의 공기는 팽팽했고, 모니터의 그래프가 미세하게 움직일 때마다 누군가는 숨을 죽였다. “그 순간, 모든 게 멈춘 것 같았다.” 한 연구원은 그렇게 회상했다.

의학계는 이번 시도가 단순한 한 기업의 성과를 넘어 면역치료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오랜 기간 천식과 두드러기 치료에서 제한적 효과만 보였던 기존 약물들과 달리, 레시게르셉트는 이중 결합 기전을 통해 근본적 제어를 시도한다. 바람이 스치는 실험실 창가엔, 묵직한 기대가 감돌았다.


아직 끝나지 않은 여정, 그리고 남은 질문

결국 이 약이 세상에 나올 때까지는 여전히 수많은 관문이 남아 있다. 임상 2상 이후에도 3상, 허가, 상용화의 길은 멀고도 복잡하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누군가는 이미 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유한양행은 이번 임상으로 **‘국산 항체 신약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려 한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주도해온 알레르기 치료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던지는 도전장은, 단순한 산업 경쟁이 아니라 **‘의료 주권’**의 의미를 품고 있다.

그러나,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 그것을 완성하는 건 ‘사람’이다.
“우린 데이터보다 환자의 표정을 먼저 본다.”
임상팀의 한 말은 단순했지만, 그 안엔 제약이 품은 본질이 담겨 있었다.

알레르기 환자들에게 있어 **‘하루의 평범함’**은 곧 기적이다.
눈을 비비지 않아도 되는 아침, 숨이 막히지 않는 밤, 손끝의 붉은 부기 대신 찾아오는 고요한 온기.
그런 삶을 되찾기 위한 싸움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아직은 결과를 알 수 없다. 하지만 희망은 분명 존재한다.
그날의 실험실 불빛처럼, 작지만 꺼지지 않는 희망 말이다.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그 약 덕분에, 나는 다시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그날의 침묵은, 오히려 더 큰 울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