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저녁빛 아래, 굳게 다문 입술
서울중앙지법 앞, 7월의 공기는 묘하게 눅눅했다.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일 때마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미세하게 눈을 찡그렸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부하에게 진술을 강요했습니까?”라는 물음에도, “법적 책임을 인정하십니까?”라는 외침에도.
그저 굳게 다문 입술만이 답이었다.
2023년 7월 19일, 그는 고 채수근 해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았다.
그날 오후 3시,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주재로 심리가 시작됐다.
법정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그는 고개를 숙였다.
잠시 정적이 흘렀고, 누군가의 카메라 셔터음이 공기를 가르며 터졌다.
그의 앞에는 무거운 사건이 놓여 있었다.
2년 3개월 전의 한 폭풍우 속, 한 병사가 목숨을 잃었다.
그 이름은 채상병.
그의 죽음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
지휘 책임, 보고 누락, 외압 의혹.
시간이 흐르며 드러난 건, ‘진실’보다는 ‘침묵’이었다.
“모두가 알고 있었죠. 하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사건을 지켜본 한 군 관계자의 짧은 말이었다.
그 짧은 문장은, 이 사건이 품고 있는 슬픔의 깊이를 대신했다.
그날의 법정 공기는, 마치 바람이 멈춘 듯했다.
누군가는 분노했고, 누군가는 체념했다.
그리고 임 전 사단장은 묵묵히, 단 한 번도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그의 눈빛에는 후회도, 두려움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차갑게 가라앉은 **‘버팀’**이 있었다.
사람들은 조용히 숨을 고르며, 그날의 의미를 되새겼다.

영장심사장 안에서의 2시간 20분
법정 문이 닫히고, 시계의 초침이 천천히 돌았다.
2시간 20분 동안 진행된 영장심사는 팽팽한 긴장으로 이어졌다.
“업무상 과실로 인한 결과를 인정하십니까?”
이정재 부장판사의 목소리가 고요하게 울렸다.
임성근 전 사단장은 짧게 대답했다.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그의 말은 단호했지만, 어딘가 공허했다.
심문이 진행되는 동안, 그의 눈빛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책상 위에 놓인 펜이 몇 번이나 떨어졌고, 변호인은 종종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 순간에도 그는 침묵했다.
그 침묵은 때로 말보다 무거웠다.
이날 함께 구속심사를 받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역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그의 심문은 2시간 20분 만에 종료되었고, 이후 서울구치소로 이동했다.
바깥의 공기는 여전히 뜨거웠지만, 법정 안의 공기는 싸늘했다.
기자들의 펜 끝이 바쁘게 움직였지만, 누구도 속 시원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이 모든 일의 끝은 어디일까요?”
한 취재 기자의 말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잠시 흔들렸다.
채상병의 이름이 다시 입 밖으로 나올 때마다, 공기에는 묘한 떨림이 흘렀다.
사건은 이미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하나의 ‘상처’로 자리 잡았다.
그날 이후, 사람들은 묻기 시작했다.
“이 모든 책임은, 결국 누가 져야 하는가?”
남겨진 질문, 법정 밖의 침묵
결국, 구속 여부는 하루 뒤 새벽에 결정될 예정이다.
사람들은 밤새 뉴스를 새로고침하며 그 결과를 기다린다.
누군가는 분노했고, 누군가는 체념했다.
그러나 아직 아무도 명확히 말하지 못한다.
“그날, 누가 진실을 감췄을까?”
법적 판단은 곧 내려질 것이다.
그러나 법정의 결론이 ‘끝’이 되진 않는다.
이 사건은 이미 수많은 사람의 신뢰와 감정, 그리고 정의의 방향을 시험하고 있다.
구속 여부와 상관없이, 누군가는 평생 이 장면을 잊지 못할 것이다.
해병대의 붉은 깃발 아래서 울렸던 마지막 구호,
그리고 돌아오지 못한 한 병사의 이름.
나는 그 장면을 잊을 수 없다.
그날의 침묵은, 오히려 더 큰 울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