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짙은 공기 속의 사과, 그리고 침묵의 의미
차가운 공기가 흐르는 국방부 청사 앞, 기자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잇따랐다. 진영승 합참의장이 마이크 앞에 섰을 때, 주변의 공기는 묘하게 무거웠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분명했다. “군 내 불법 행위는 내란 행위에 해당합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그 한 문장은, 오랜 시간 눌려 있던 어떤 진실의 문을 여는 듯했다.
그는 단정한 자세로 고개를 숙였고,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그 사이 청사 앞의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며 잔잔한 소리를 냈다. 기자들은 숨을 죽였다. 군인이 ‘내란’을 언급하며 공식 사과하는 일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도 좀처럼 없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한 기자가 물었다. “지금 말씀은 당시 합참이 불법 행위에 가담했다는 의미입니까?”
진영승 의장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말했다.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의 눈빛은 고단해 보였고, 그날의 하늘은 유난히 낮았다. 사람들은 그 장면을 오래 바라봤다. 마치 무너진 신뢰의 잔해 위에 새로운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같았다.
② 대통령실 CCTV, 재판정에 나온 ‘권력의 증거’
그날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정감사장에서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재판 중 공개된 대통령실 CCTV 영상이 연일 화제가 됐다. 영상에는 비상계엄 선포 전날 밤, 몇몇 인사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 듯한 장면이 담겼다.
민주당 소속 의원 100여 명은 “이것이 단순한 보고였는가, 아니면 사전 공모였는가”를 묻기 위해 마이크를 들었다.
“당시 상황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누가 지시했고, 누가 묵인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
한 의원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 말이 끝나자 회의장은 잠시 정적에 휩싸였다.
사법부는 해당 영상의 적법성을 두고 신중한 검토에 들어갔다. 판사들은 영상을 반복 재생하며, 대화의 맥락과 참석자의 표정까지 분석 중이다. “이 장면 하나하나가, 단순한 행정 행위인지 혹은 내란 공모의 흔적인지 구분해야 한다.” 재판 관계자는 그렇게 말했다.
국민들은 화면 속 어두운 회의실을 바라보며 묻는다.
“그날 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무엇을 결정했을까?”
시간이 흘러도, 그 질문에는 아직 답이 없다.
진영승 의장의 사과는 어쩌면 그 답을 향한 첫 걸음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사과가 던진 파문이 더 큰 진실을 감추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피어오른다.
③ 사과 이후의 사회, 남겨진 책임의 무게
결국 이번 사건은 단순히 군의 잘못만이 아니다.
비상계엄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권력의 그림자는 어디까지 뻗어 있었을까.
군은 명령을 따랐다고 말하고, 정치권은 진실을 요구한다. 그 사이에서 국민들은 혼란과 분노, 그리고 피로를 느낀다.
나는 그날 뉴스를 보며 생각했다. “책임이란, 용서를 구하는 말로 끝날 수 있을까.”
사과는 시작이지만, 사과만으로는 끝이 아니다. 진영승 의장이 인정한 ‘내란 행위’의 무게는 개인의 죄책감보다 훨씬 더 크다. 그것은 시스템의 붕괴, 국가 신뢰의 붕괴였다.
그러나 아직 희미한 희망도 남아 있다.
그가 사과했다는 사실은, 최소한 ‘부정의 침묵’을 깨뜨렸다는 의미다. 이제 남은 것은 진실을 끝까지 드러내는 일이다. 사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국민이 잊지 않는 한 이 사건은 다시 묻히지 않을 것이다.
그날의 침묵은, 오히려 더 큰 울림이 되었다.
우리는 여전히 묻는다.
“진실은, 이제야 오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