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제역 몰락이 남긴 냉정한 교훈
서울중앙지법의 복도는 아침부터 묘하게 차가웠다. 회색 벽과 긴 의자, 그리고 그 위에 놓인 법정 서류들이 오늘의 공기를 눌렀다. 그날, 쯔양(본명 박정원)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발끝마다 묵직한 숨이 묻어 있었다. 한때 ‘먹방 여왕’이라 불리던 그녀는 이제 ‘피해자’라는 이름으로 서 있었다. 맞은편에는 유튜버 구제역(본명 이준희)과 주작감별사(본명 전국진)이 앉아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그들을 향했지만, 그들 중 누구도 눈을 들지 않았다. 몇 해 전, 그들은 쯔양을 향해 영상과 거짓을 쏟아냈다. “광고주에게 돈 받고 연기한 거다.” “모든 게 짜여진 쇼다.”라는 말들이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번졌다. 조회수는 폭발했지만, 그녀의 삶은 무너졌다. 한 번의 클릭이, 한 번의 조롱이, 사람 한 명의 세계를 무너뜨렸던 것이다.
쯔양은 그때 방송을 멈췄다. 한때 수백만이 웃던 식탁은 텅 비었다. 식사 대신 한숨이, 조리도구 대신 약봉지가 남았다. “그냥 밥을 먹었을 뿐이에요. 그게 그렇게 큰 잘못인가요?” 그녀는 변호인에게 조용히 말했다. 그 목소리는 낮았지만, 한 구절마다 피멍이 박힌 듯했다. 세상은 너무 쉽게 손가락질했고, 너무 빨리 등을 돌렸다. 사람들은 ‘진실’을 묻기보다 ‘재미’를 선택했다. 그렇게 한 사람의 이름은 욕설 속에 파묻혔다. 그날 이후, 쯔양은 자신을 되찾기 위해 싸워야 했다. 가족의 품에서도, 친구의 위로 속에서도 완전한 안식은 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언젠가 진실이 법의 이름으로 돌아올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
법정에서 마주한 상처와 눈물
시간이 흘러도 상처는 낫지 않았다. 재판이 이어질 때마다 그녀는 다시 그날의 댓글을 떠올렸다. “가식덩어리.” “돈벌이 쇼.” 그 말들이 여전히 귓가를 때렸다. 김혜령 판사의 목소리가 법정을 채웠을 때, 쯔양은 고개를 들었다. “피고들은 원고에게 총 7천5백만 원을 배상하라.” 구제역 5천만 원, 주작감별사 2천5백만 원.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속에는 지난 세월의 울음이 있었다. 구제역의 어깨가 움찔했다. 주작감별사는 손끝을 감쌌다. 그들은 침묵했다. 더 이상 말로 변명할 수 없었다.
쯔양의 어머니는 재판 내내 눈을 감고 있었다. 판결이 끝나자, 그녀는 손수건으로 조용히 눈물을 닦았다. “이제 좀 끝났으면 좋겠어요. 우리 딸이 다시 웃을 수 있게요.” 그 말에 기자들의 손이 멈췄다. 한참 후, 쯔양은 짧게 숨을 내쉬었다. “긴 싸움이었어요. 하지만 끝났다고 말하긴 어려워요.” 그녀는 담담히 말했지만, 목소리의 끝은 떨리고 있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고, 수많은 시선이 그녀를 따라 움직였다. 그러나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화려한 조명보다, 오래된 진실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 법정 앞에는 차가운 비가 내렸다. 한 남성은 작게 중얼거렸다. “결국 법은 살아 있구나.” 사람들은 우산을 접으며 흩어졌고, 쯔양은 홀로 걸었다. 그녀의 손에는 오래된 휴대폰이 쥐어져 있었다. ‘댓글이 무섭지 않냐’는 질문에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요, 무섭지 않아요. 그냥 지나가는 바람 같아요.” 그 말에는 이겨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단단함이 묻어 있었다.
쯔양의 존엄이 말한 마지막 진실
결국, 이 판결은 돈의 문제가 아니었다. 쯔양이 지켜낸 것은 ‘존엄’이었다. 수많은 구독자와 광고 수익보다, 인간으로서의 권리가 더 소중했다. 그녀는 법정에서 울지 않았다. 대신, 긴 침묵으로 세상을 향해 답했다. “나는 끝까지 버텼다.” 그 말 없는 외침이, 모든 것을 설명했다. 구제역과 주작감별사는 그날 이후 모습을 감췄다. 그들의 채널은 비공개로 전환됐고, 구독자는 빠르게 줄었다. 한때 ‘정의감’을 내세웠던 그들의 영상은 이제 역설처럼 남았다. ‘거짓의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그러나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여전히 누군가는 타인의 고통으로 조회수를 쌓고, 여전히 누군가는 댓글 뒤에 숨는다. 쯔양은 그것을 안다. 그래서 그녀는 다시 카메라를 켠다. “먹는 일로 사람들을 웃게 만들고 싶어요. 예전처럼요.”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그 웃음에는 긴 싸움의 끝에서 얻은 해방감이 스며 있었다. 사람들은 그 웃음을 보며 비로소 이해했다. 그녀는 이겼지만, 상처는 남았다. 그리고 그 상처가, 세상의 거울이 되었다.
결국, 정의는 늦게 오지만 사라지지 않는다. 그날의 법정에서 쯔양이 남긴 침묵은 말보다 더 큰 울림이었다. 세상은 잊을 수 있을까. 아니, 잊지 말아야 한다. 그날의 진실이 우리 모두의 양심을 흔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