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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한국인 송환, 국제범죄 공조의 첫걸음

by jeongwonn1 2025. 10. 19.

공항에 내려앉은 긴장과 한숨

짙은 새벽빛이 스며든 인천공항 활주로에 낯선 공기가 감돌았다. 하얀 마스크를 쓴 이들의 표정엔 긴장과 피로가 교차했다. 캄보디아에서 범죄에 연루되어 송환된 64명의 한국인들이었다. 그들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무겁게 들려왔다. 현장에 있던 한 관계자는 조용히 말했다.
“이건 단순한 송환이 아닙니다. 다시 시작이라는 상징이죠.”

외교부 김진아 2차관은 이번 송환이 단순한 귀국 조치가 아니라 ‘범죄 근절을 위한 국제 협력의 첫 단계’라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당국과의 긴밀한 공조로 체포와 송환이 이루어진 이번 사례는, 해외에서 벌어지는 한국인 관련 범죄의 심각성을 다시 드러냈다. 공항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일부 가족들은 눈물을 삼키며 조용히 그들을 바라봤다. 누군가는 ‘늦게나마 돌아와 다행’이라 했지만, 또 다른 이는 ‘돌아올 곳이 있을까’라며 고개를 떨궜다. 그날의 공항은, 무거운 침묵으로 가득했다.


정부 합동대응팀, 조용한 작전의 이면

이번 송환 작전은 수개월에 걸친 정부 합동대응팀의 결과였다. 외교부, 경찰청, 법무부가 함께 움직였고, 캄보디아 정부는 이례적으로 빠른 협조를 약속했다. 김진아 단장은 현지 당국과의 회의에서 “유사 범죄의 조기 탐지와 신속한 송환 체계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환된 이들 중 일부는 현지 투자 사기, 도박 알선, 불법 체류 등 다양한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각자의 범죄 연루 여부를 정밀 조사 중”이라며 “피해자 조사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외곽의 임시 구금시설에서 이들을 이송하기까지 48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고온의 공기, 불안한 눈빛, 그리고 통역을 통한 짧은 대화들 속에서 묘한 감정이 교차했다.

“이제라도 끝내고 싶습니다.”
한 송환자는 공항 도착 직전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러나 그 끝은 또 다른 시작일지도 모른다.

국제범죄 근절이라는 거대한 과제 앞에서, 이번 송환은 하나의 상징이자 시험대였다. 정부는 ‘해외 불법 활동에 연루된 한국인 관리 체계’를 본격적으로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질문은 남는다.
이 모든 노력은 과연 예방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또 다른 경고음에 불과할까?


 

남겨진 질문, 국제 공조의 진짜 의미

결국 이번 송환은 인도적 조치이자, 국제 범죄 대응의 실험이었다. 김진아 차관은 귀국 후 “한국과 캄보디아가 공동 대응 시스템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며 “향후 모든 해외 범죄 사건에 대한 즉각 통보 체계를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진짜 의미는 그 이상의 곳에 있다.
해외에서 방황하던 이들이 한국 땅을 다시 밟는 순간,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그들은 그곳까지 갔고, 왜 거기서 멈추지 못했을까?

범죄의 이면에는 절망, 탐욕, 그리고 무지한 선택이 얽혀 있었다. 캄보디아에서의 빠른 돈벌이, 불법 온라인 사업, 가벼운 유혹들. 하지만 그 끝은 결국 ‘송환’이었다. 이번 사건은 정부의 대응 능력뿐 아니라, 사회가 가진 무관심의 그림자까지 드러냈다.

나는 그 장면을 떠올린다.
공항 조명 아래, 손에 수갑이 채워진 한 남자의 눈빛.
그 속에는 두려움과 후회의 색이 뒤섞여 있었다.
그날의 침묵은, 오히려 더 큰 울림이 되었다.

우리는 여전히 답을 찾고 있다.
국제 공조의 진짜 의미가 ‘처벌’이 아닌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까.
아직은, 그 대답을 기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