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2026년 2월 25일, 제 계좌 화면을 확인하던 순간 친구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야, 코스피 6000 뚫렸어!" 2000 시대, 3000 시대를 거치며 느꼈던 그 설렘과는 또 다른 감정이었습니다. 제가 소액으로나마 투자를 시작한 게 불과 몇 년 전인데, 전광판에 찍힌 6083.86이라는 숫자를 보니 정말 한국 증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실감이 났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한 가지 의문도 들었습니다. "이 숫자, 진짜 우리 경제의 체력을 제대로 반영하는 걸까?"
역사적 돌파의 순간, 시장은 어떻게 반응했나

2월 25일 장 마감 후 한국거래소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사상 최초 6000포인트 돌파 기념식이 열렸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14.22포인트나 오른 1.91%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제가 직접 거래하는 증권사 앱에서도 실시간 알림이 쏟아졌고, 투자 커뮤니티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습니다.
저도 그날 오전에 보유 중이던 반도체 관련주 수익률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이게 오르긴 할까?" 싶었던 종목들이 두 자릿수 수익률을 찍고 있었거든요. 주변 직장 동료들도 점심시간마다 증시 얘기로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IMF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세대로서는, 이런 상승세가 마냥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심스러웠습니다.
특히 AI와 반도체, 에너지 분야의 강세가 이번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실제로 제가 투자한 종목 중 하나도 AI 관련 기업이었는데,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주 소식이 나올 때마다 주가가 꿈틀거리는 걸 직접 경험했습니다. 한국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이 숫자로 증명되는 순간이었다고 할까요. 그날 저녁 뉴스에서는 각종 전문가들이 나와 "새로운 시대의 개막"이라며 분석을 쏟아냈지만, 저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수보다 중요한 건 내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해소됐나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지수가 오르는 건 분명 좋은 신호지만, 문제는 그 안에 담긴 '질'입니다. 코스피 6000이라는 숫자 뒤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구조적 과제들이 숨어 있습니다. 바로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입니다. 한국 기업들은 기술력이나 수익성 면에서 글로벌 수준인데도, 주가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던 게 사실입니다.
솔직히 저도 투자하면서 이 부분을 많이 느꼈습니다. 같은 업종의 미국이나 일본 기업들과 비교하면 PER이나 PBR 같은 지표가 확연히 낮았거든요. 이유는 명확합니다. 주주 환원 정책의 부족, 불투명한 지배구조, 소액주주에 대한 배려 부족 등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렸던 겁니다. 6000 시대를 맞이한 지금, 정말 이런 문제들이 개선됐는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행히 최근 몇 년간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 같은 움직임이 조금씩 보이고는 있습니다. 제가 보유한 종목 중 하나도 작년에 배당금을 전년 대비 30% 늘렸고, 덕분에 꽤 쏠쏠한 수익을 챙겼습니다. 하지만 이게 전체 상장사로 확산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정부 차원의 정책적 압박과 함께, 기업들 스스로 장기 투자자를 우대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6000이 거품이 아닌 진짜 성장의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성장의 이면, 지역 균형과 인프라 문제는 외면하면 안 된다

같은 날 충남 청양군에서는 또 다른 중요한 회의가 열렸습니다. 충남시장군수협의회가 모여 송전선로 건설사업 재검토를 요구하는 등 15개 시군의 지역 현안을 논의했습니다. 코스피가 역사적 수치를 찍는 그 순간, 지역에서는 경제 성장의 이면에 가려진 갈등을 풀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었던 겁니다. 이 대비가 제게는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지방 출신이라 이런 문제를 남의 일처럼 느낄 수가 없습니다. 대도시는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고 일자리가 늘어나는데, 정작 그 전력을 공급하는 송전탑은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사며 건설되는 구조입니다. 경제는 숫자로 성장하지만,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죠. 코스피 6000 시대를 제대로 누리려면, 이런 지역 간 불균형과 갈등을 해결하는 세심한 접근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실제로 충남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대규모 공장 유치는 환영하지만, 그에 따른 교통 혼잡이나 환경 오염, 주거비 상승 같은 부작용은 외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만 해도 최근 대형 물류센터가 들어서면서 주민들 사이에 찬반 논란이 뜨거웠습니다. 중앙정부와 기업이 지역사회와 충분히 소통하고, 보상과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합니다. 그래야 코스피 지수 상승이 국민 모두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코스피 6000 시대는 분명 자랑스러운 성과입니다. 하지만 숫자에 도취되기보다는, 그 이면의 과제를 직시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기업의 내실을 다지고, 지역 간 균형을 맞추며,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성장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진짜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또 다른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를 채우는 단단한 내용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