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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욕조 방치 사건, 4개월 아기 중태 속 드러난 학대 의혹 짙은 물안개처럼 드리운 오후, 욕실의 침묵여수의 한 조용한 주택가, 창밖으로 잔잔한 물소리가 새어 나오던 낮 12시 30분. 그날의 공기는 이상하리만큼 정적이었다. 생후 4개월 된 아이는 욕조 안에 홀로 남겨져 있었다. 욕조에는 따뜻한 물이 천천히 차오르고 있었고, 아이의 울음은 아무도 듣지 못한 채 공기 속으로 묻혔다.그 순간, 집 안에는 엄마 A씨뿐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그녀는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아이가 물에 빠진 것을 뒤늦게 발견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구조 요청은 이미 늦었다. 119 구급대가 도착했을 때 아이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병원으로 옮겨진 뒤에도 깨어나지 못했다.의료진은 “단순한 사고로 보기 어렵다”는 말을 남겼다. 아이의 몸 곳곳에서 발견된 멍 자국이 그 말을 대신했다. 여수경찰.. 2025. 10. 24.
임성근 구속심사와 채상병 사건, 침묵 속에 선 진실의 무게 붉은 저녁빛 아래, 굳게 다문 입술서울중앙지법 앞, 7월의 공기는 묘하게 눅눅했다.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일 때마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미세하게 눈을 찡그렸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부하에게 진술을 강요했습니까?”라는 물음에도, “법적 책임을 인정하십니까?”라는 외침에도.그저 굳게 다문 입술만이 답이었다.2023년 7월 19일, 그는 고 채수근 해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았다.그날 오후 3시,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주재로 심리가 시작됐다.법정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그는 고개를 숙였다.잠시 정적이 흘렀고, 누군가의 카메라 셔터음이 공기를 가르며 터졌다.그의 앞에는 무거운 사건이 놓여 있었다.2년 3개월 전의 한 폭풍우.. 2025. 10. 24.
김건희 샤넬백 압수, 건진법사 청탁의 진실과 조용한 반박 회색 하늘 아래 드러난 선물의 진실회색빛 구름이 드리운 오후, 서울 서초동 특별검사팀 청사 앞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 수사관들이 들고 나온 상자 안에는 샤넬백 한 개와 목걸이 한 줄이 담겨 있었다. 그 물건들이, 바로 김건희 여사와 건진법사 전성배 씨, 그리고 통일교를 연결하는 실마리였다.“그건 그냥 선물이었습니다.”전성배 씨는 짧게 말했다. 그러나 그 한 문장은 오히려 수많은 의문을 낳았다. 왜 하필 그 시점에, 왜 그 사람에게, 왜 그런 물건이었을까.특검팀은 전성배 씨가 자진 제출한 물품을 증거로 압수했다. 그는 통일교 인사로부터 “교단의 현안을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물건을 전달받았다고 진술했다. 그것이 곧 김 여사에게로 향했다는 것이다.수사관 한 명은 조용히 말했다.“이.. 2025. 10. 23.
이경규 약물운전 약식기소, 강남 오후의 정적과 웃음 뒤 질문 이상한 오후, 정적 속의 이경규햇빛이 강하게 내려앉던 6월 8일 오후 2시, 강남 논현동의 도로엔 묘한 정적이 흘렀다. 차들은 평소보다 천천히 움직였고, 공기는 유난히 뜨거웠다. 그날, 개그맨 이경규(65) 씨는 처방받은 약을 복용한 채 운전대를 잡았다.누군가는 그냥 평범한 오후였을지 모르지만, 그 몇 분의 시간이 이후 몇 달간 회자될 일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는 이경규 씨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벌금 2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약식기소란 말 그대로, 재판정에 서지 않고 서면으로만 판단을 내리는 절차다. ‘가벼운 사건’이라 불리지만,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무게가 달린 순간이기도 하다.그날, 강남의 공기는 묘하게 무거웠다. 그가 웃음을 터뜨리던 방송 속 모습은 잠시 잊혔다. 사람들.. 2025. 10. 23.
이재명 대통령 경찰 개혁, 민주 경찰의 길과 국민 신뢰의 무게 새벽 공기 속 약속의 말짙은 새벽 공기 속,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마당에는 잔잔한 긴장감이 흘렀다. 제80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서늘한 바람이 제복 깃을 스치고, 하늘은 아직 푸른빛을 머금은 채였다. 행사장 한편, 태극기가 바람에 흔들릴 때 이재명 대통령이 단상에 올랐다. 그는 잠시 마이크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경찰은 국민의 신뢰 위에 서야 합니다.”그 한마디에 현장은 고요해졌다. 앞줄의 간부들은 손끝을 모으며 듣고, 뒤편 젊은 경찰들은 눈빛을 고정했다. 그들의 눈에는 다짐과 불안이 함께 비쳤다. 대통령은 이어 “과거 일부 경찰 지휘부가 최고 권력자의 편에 서서 친위 쿠데타에 가담했던 부끄러운 역사가 있다”고 말했다. 순간, 찬 공기 속에 무거운 공명이 번졌다.그는 이어 “이제 경찰은 국.. 2025. 10. 22.
이명현 특검팀 임성근 구속, 채상병 824일의 진실 새벽의 긴장, 채상병이 남긴 침묵짙은 안개가 법원 앞을 감쌌다. 가을의 공기는 유난히 차가웠고, 기자들의 숨소리마저 팽팽하게 엮였다. 검은 코트를 여민 취재진은 시선을 한곳에 고정한 채, 법원 정문을 향해 기다렸다. 사람들 사이에선 낮은 속삭임이 흘렀다.“오늘이 그날일지도 몰라.”이른 새벽,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마침내 움직였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채상병 순직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824일 만이었다. 긴 세월이었다. 그러나 그 시간 동안 멈춰 있던 건 사건이 아니라, 진실을 향한 사람들의 기다림이었다.채상병은 한때 동료들이 ‘성실한 병사’라 불렀던 청년이었다. 하지만 폭우 속 실종된 그날 이후, 그의 이름은 군 지휘체계의 무게와 책임을 상징하게 되었.. 2025. 10. 22.